흔적을묻히고

2024.08.07-14 San Francisco & Yosemite (4/5) - Yosemite National Park

별빛그림자 2025. 4. 30. 05:44

요세미티에서 세번째 날이 밝았다. 

역사책에 나올법한 Wawona Hotel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는 조금 더 남쪽에 위치한 Mariposa Grove of Giant Sequoias 로 향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면 세콰이아 국립공원이 별도로 있기는 하지만 

두시간이 넘게 차로 이동을 해야 하고 그 규모가 역시 국립공원이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갈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지만 아름답고 웅장한 세콰이아로 유명한 

마리포사 그로브로 향했다. 

마리포사 그로브는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단체로 입구까지 이동한다. 장애인이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렇게 모두 버스로 10여분간을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길이 상당히 고불고불했고 승차감이 좋은 것은 아니어서 도착할 즈음에 선우는 멀미가 올라오고야 말았다. 

입구에서 잠시 쉬면서 숨을 골랐지만 여전히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아마도 고산병까지는 아니어도 해발 1000미터가 가뿐히 넘는 곳에서 며칠을 있다보니 멀미에 좀 더 취약해졌을 수도 있다. 

컨디션 좋은 서희는 기분좋게 출발~!

쓰러져있는 세콰이아 나무의 뿌리도 어마어마하다. 

밑둥 그자체는 아이들 침대만 하다. 

걷다보니 선우도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이틀전 Tuolumne Grove 에서 봤던 것과 같은 나무를 깎아 만든 통로!! 

저렇게 나무의 상당부분을 파 내었는데에도 나무가 살아있다는 것이 신비로웠다. 

 

우리는 긴 트레일코스는 포기하고 중간 정도의 트레일을 걷기로 했는데,

선우는 중간에 엄마랑 왔던 길로 돌아서 입구로 갔고, 

서희랑 나는 트레일을 완주해서 입구로 왔다. 

다행히 입구 근처로 돌아올때 즈음에 선우는 컨디션을 대부분 회복했다. 세콰이아 나무의 뿌리가 벽처럼 보였다. 

 

서희랑 트레일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주변을 보니 

많은 세콰이아 나무들이 불에 그슬렸거나 완전히 타버린채로 남아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얼마전 크게 산불이 났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종종 뉴스로 전해듣고 심각하다는 말도 많이 듣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리하고 있는 국립공원에서조차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낄 수 있었다.

 

마리포사에서 세콰이아 나무들을 한껏 둘러보고 난 후,

우리는 정상의 Glacial Point 로 향했다. 

 

어찌보면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원픽 관광코스이긴 한데, 

이렇게 마지막 순서로 이 곳을 가다니... ㅎㅎ

 

한시간 여를 달려 드디어 해발고도 2,200 미터에 달하는 글레이시어 포인트에 도달했다. 

한참을 올라가도 끝이 없었는데, 

이렇게 높은 정상까지 도로를 만들어 접근하게 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글레이시어 포인트로 가는 길은 겨울에는 한시적으로 못들어가게 막아놓기도 한다고 한다. 

저 멀리 하프돔이 보인다. 노스 페이스 회사의 로고도 바로 저기 하프돔을 본따 만들었다고 한다. 

포토스팟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으로 인생샷!!!

어디에서 찍어도 배경은 정말 그림같았다. 

훤하게 틔여진 전망대에서 다시 한 컷!

전망대 아래를 보니 이틀전 묵었던 커리 캠프가 한눈에 들어와서 새삼 반가웠다. 

 

글레이시어 포인트 정상에는 조그마한 매점이 있는데 

그 앞 벤치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산호세로 돌아가기 위해 요세미티와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