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묻히고

2024.10.11-14 Smoky Mountain Road Trip (1/2)

별빛그림자 2025. 5. 16. 23:41

주말을 전후로 3일간 아이들 학교가 문을 닫았다. 

허걱... 

미국에서는 초증고 학교가 쉬는 날이 종종 있는데 이유는 다양하다. 

미국 휴일울 비롯하여 라마단 마지막날, 동아시아 설날, 하누카 기념일 등등... 

머 그나마 이런 휴무일은 미리 계획되어 있으니 준비라도 할텐데,

눈이 많이 와서 쉬고

추워서 쉬고...

그러면 사실상 대책이 없다.  휴우...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어른들도 직장이 자동으로 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ㅎㅎ

 

뭐 신세한탄은 이만하고, 

우리는 아이들의 긴 No School Day 를 핑계삼아 Great Smoky Mountain 으로 로드트립을 떠나기로 했다. 

 

장거리 차량여행을 위해 장만한 우리의 새로운 2025년식 Kia Carnival 이 있기에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든든했다. 

이번 여행의 루트~! 

새벽에 출발하여 장장 12시간을 넘게 달려 스모키 마운틴에 밤에 도착 후 캠핑장에서 야영.

그리고 다음 날은 인근 Gatlinburg 의 호텔에서 하루 숙박 후 Louisville 을 거쳐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ㅎㅎㅎ

 

새벽에 출발하니 하루가 길었다. 

추자와 번갈아 가며 운전만 하긴 했지만, 

카니발 2열이 리클라이너로 되어 있어서 

새상 편하게 누워서 가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은 즐거웠다.  

그래..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는 못타도 차로 이동할때 소소한 호강은 누려보자~~!!

 

원래는 St. Louis 에 들려 The Gateway Arch 에서도 국립공원 방문도장을 찍으려고 했는데 

스모키 마운틴에 가급적 일찍 도착하고자 건너 뛸 수 밖에 없었다. 

9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Nashville !! 

검색을 통해 유명한 태국 레스토랑인 The Smiling Elephant 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파타이를 기대하긴 했는 데,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먹을만 했다.

벽에는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과 사인들이 있었는데 다 모르는 사람들인지라.. ㅎㅎ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잠시 풀고 우리는 다시 스모키 마운틴으로 출발을 했다. 

 

10월이 넘어서 그런지 아니면 산속이라 그런지 

국립공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그렇게 늦은 저녁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우리는 신속하게 예약해둔 캠핑 사이트로 이동을 해서

어둠 속에서 나는 텐트를 치기 시작했고,

추자는 저녁으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젠 나름 캠핑 경력 8년여 정도 되니 

사소한 어려움 쯤이야 큰 장애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라면~~~~~~~!! 역시... 최고의 식사일 수 밖에.. ㅎㅎ

저녁 늦은 시간에 캠핑장에 도착해서 

캠프 파이어용 나무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캠핑의 꽃은 불멍인데, 

바베큐 그릴은 참을 수 있어도 불멍은 못참지.. 

우리는 모두 주변에 떨어진 나무가지들을 주워 모아 불을 피웠다. 

서희랑 선우가 생각보다도 더 잘 주워와서 우리는 나름 만족스러운 불멍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0월의 캠핑은 또 처음이었다. 

보통은 여름 한창 더울 때에 캠핑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가을 한 복판에 캠핑을 한다고 하니 난방이 또다른 문제였다.

우리가 예약한 캠핑 사이트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발열 매트와 함께 보조베터리도 추가로 구입을 해서 왔다. 

따뜻한 밤이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온기를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어서 몇번 깨는 것 말고는 잠을 잘 수는 있었다. ㅎㅎ

아침에 눈을 떠보니 또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다.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하다니~~~!!! 오홋!!!

12시간을 넘게 달려와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지만

아침에 맑은 산 속 공기를 맡으며 잠에서 깨니 상쾌했다. 

어제 주워둔 나뭇가지들로 다시 불을 피우고, 아침은 두끼 연속 라면!!

하지만 어제 저녁은 컵라면이었고 오늘은 봉지라면!!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은 N6 였다.

전기가 없는 곳이긴 했지만 캠핑 공간이 꽤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고 

텐트를 치는 장소가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을에 국립공원에 오니 단풍이 예술이었다. 

캠핑 장비를 정리하고 우리는 우선 국립공원 스템프를 받기 위해

한참을 달려 비지팅 센터로 향했다. 

센터의 주차장 쪽 벽면에는 스모키 마운틴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색 곰이 전면에 칠해져 있었다. 

 

요세미티를 갔을 때에도 야생 곰에 대한 주의와 안전 사항을 듣긴 했었지만

이 곳 검은 곰은 왠지 위험하다기 보다는 좀 귀여운 느낌이었다. 

 

그래도 조심조심 하려고 했는데... ㅎㅎ 한번을 못 봤네.. 

스모키 마운틴 입구 사인 앞에서~~!!!

 

스모키 마운틴은 역시 국립 공원이다보니 그 규모가 엄청났다. 

하지만 느낌은 이전에 갔던 요세미티, 그랜드 캐년, 배드랜드, 에버글레이드 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다른 곳은 뭔가 압도되는 느낌이라면 

이 곳은 친숙한 느낌에 마음이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한국의 산들이랑 비슷하게 느껴져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울긋불긋 단풍이 진 모습이 아름다웠다.

능선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산들을 보니 왠지 소백산이나 지리산에 올라서 있는 느낌이었다. 

차를 타고 산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에 NewFound Gap 이라는 곳에서 하이킹을 했다. 

이 곳에 있는 트레일 중 짧은 루틴으로 삼십여분 만에 돌아오긴 했는데,

이정표를 보니 이 트레일이 그 Appalachian Trail 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아팔라치안 트레일은 미국 동북부의 메인 주에서 부터 시작해서 조지아 주에 이르기까지 장장 14개 주를 관통하는 2,200 마일 (3500km)의 어마무시한 트레일로 알려져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일부를 일주일 정도 시간을 잡고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생각해보니 아주 짧게 나마 우리 가족 모두 아팔라치안 트레일을 걸어보긴 했네~~ ㅎㅎㅎ

 

트레일에서 돌아와 우리는 스모키 마운틴 정상에 있는 Clingmans Dome 구조물로 향했다.

겨울에는 이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개방이 안된다고 하던데

이렇게 사계절 따뜻할 것만 같은 곳에서도 차량 통제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ㅎㅎ

다시 보아도 산 전경이 너무 아름답고 한국의 산들을 떠올리게 한다. 

클링만 돔 구조물 앞에서~~!! 스모키 마운틴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 것만 같은 핫 플레이스이다. ㅎㅎ

구조물에 올라 한바퀴 돌아보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정상에서 산을 내려다보며 다시금 기분이 좋아졌다. 

 

클링만 돔에서 내려오면서~~!!

 

스모키 마운틴의 자연은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선우와 서희는 그 안에서 날라(?) 다녔다. 

 

아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높지는 않은 절벽에서... 

 

스모키 마운틴 국립공원이 하루 이틀만에 다 볼 수 있는 사이즈는 아니지만,

이번 여행의 일정이 길지 않아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왔다. 

 

전날은 고생고생하며 오랜 시간 차를 타고 달려와 캠핑을 했으니 

이튿날은 보상을 스스로에게 주고자 스모키 마운틴 근처 북부에 조성되어 있는 Gatlinburg 라는 관광도시의 호텔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자연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후라 아이들도 디지털 타임이 필요했다...

저녁은 근처 파파존스에서 피자와 치킨윙을 차로 픽업해와서 해결했다. 

 

그리고 잠시 동네 마실을 나왔는데, 

호텔이 번화가에서 멀지 않아서 산책하기도 좋았다. 

테네시의 가을 날씨를 만만하게 보고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나왔다가 추워서 추자가 잠바를 빌려줬다. ㅎㅎ

 

검은 곰마저도 지리산의 반달곰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스모키 마운틴은 우리에게 포근한 인상을 남겨주었다.